[성명서] 청소년 성교육 중단요구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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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청소년 성교육 중단요구에 부쳐

925 | 최고관리자 |

[청소년 성교육 중단요구에 부쳐]


인권과 성평등에 기반한 청소년성교육을 훼방하는 무분별한 혐오공격을 규탄한다!!


지난 811일 바른인권여성연합 등 일부 극보수 단체는 성명서를 발표하여 812일부터 시작하는 시립동작청소년성문화센터의 청소년 대상 성교육에 대하여 급진적이고 퇴폐적인 섹스 교육이라며 호도하며 계획된 성교육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들은 본 교육의 자세한 내용을 알지도 못한 채 참가자 모집을 위한 안내지를 근거로 청소년성문화센터의 성교육이 청소년에게 성관계와 성적 쾌락, 동성애를 조장하며, 입에 담기도 힘든 적나라하고 음란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공격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법률적 근거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성교육전문기관의 성교육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함부로 재단하며 훼방하는가?

이들은 최소한의 사실관계조차 확인도 하지 않고 내용도 없이 늘 하던 대로 공격을 위한 공격, 혐오를 위한 혐오를 재생산했다. 우리는 이들의 행태와 이들의 성명서를 그대로 받아쓴 언론의 태도에 통탄하며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첫째. 17~19세 청소년에게 몸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구체적인 성교육은 책임 있는 성적 존재로서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준다.


바른인권여성연합에서 문제로 삼은 청소년성문화센터의 성교육 프로그램은 17~19세 청소년이 신청하여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내 몸 알기”, “안전한 성관계”, “성적 지향과 성별정체성, 성적 욕망의 주제를 함께 이야기해보고자 기획되었다. 바른인권여성연합은 이 교육을 들어보지도 않은 채, 주제만 보고 청소년에게 다른 사람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신의 성적 욕망만 충족하라 조장하며 더 나아가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자세하고 구체적인 성 지식을 알려주면 청소년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해 성 중독을 일으키고 성적 문란함을 조장할 뿐 아니라 청소년의 성행위를 옹호함으로써 10대 임신 및 출산, 성병을 방임한다고 핏대를 세우는 이런 주장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이런 주장을 하는 집단은 10대 임신과 출산, 성병을 예방하려고 자세하고 구체적인 몸, 성관계를 다룬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다. 어떤 병이 있는지 어떤 경로로 감염될 수 있는지, 그때문에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는 말하지 않으면 도저히 설명할 도리가 없다. 교육 목표와 방법론이 정확할수록, 그리고 반복해서 발달단계별 필요한 상세한 지식을 알려줄수록 안전하고 책임 있는 성적 행동을 할 수 있는 법이다. 10대 청소년이 마치 호르몬에 미쳐 날뛰는 존재인 양 생각하는 동시에 굳이 자극하기 전에는 아무 짓도 하지 않을 무성애적 존재로 전제하는 것이야말로 자기모순이다.

하지만 청소년은 이미 성적인 욕구가 있는 성적 존재이기 때문에 교육으로 없던 욕망이 치솟지는 않는다. 오히려 내 몸 알기”, “안전한 성관계”,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성적 욕망을 통해 청소년은 내 몸을 자세히 알고 무엇이 준비된 성관계인지, 성적 동의는 어떻게 이뤄지는 것인지, 무엇이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것인지 알게 된다. , 자신의 진짜 욕구(헤어지기 싫어서, 권력 관계 때문에 거절하지 못해서 때문은 아닌지 등)를 탐색할 수 있고, 만약 강요에 의한 것이면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으며, 성적 동의에 대한 여러 조건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되고, 만약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한다면 이는 성폭력임을 깨닫는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성적 수치심을 학습하지 않으면서도 안전하게 그리고 즐겁게 자신의 몸을 탐색하는 방법도 알게 된다.

실제로 오랫동안 청소년의 성건강과 복지를 연구하고 정책화한 서구 많은 나라들과 유수한 연구에 의하면, 사실에 기반을 둔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성교육이 오히려 성관계 시작 시기를 늦추며 성폭력, AIDS, 원치 않는 임신, 성매개 질환 등 성적 위험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을 향상시키고 존중과 배려 의식을 높인다고 밝혔다. 위험한 건 오히려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것이다. 청소년 인권, 성인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국제적 흐름에 바른인권여성연합 등의 단체는 퇴행하지 말라. 성교육은 포르노가 아니다. 성을 다루는 것 자체가 청소년들로 하여금 방종과 문란함, 퇴폐, 낙태조장을 일으킨다면, 그러한 주장을 하는 당신들이 성과 청소년에 대한 인식이 딱 저 정도라는 것을 드러낼 뿐이다.



둘째. 청소년성문화센터의 성교육은 인권과 성평등 가치에 기반한 청소년역량을 키우는 성교육이다.


바른인권여성연합은 포괄적 성교육의 목적이 오직 청소년들에게 성해방을 선포하고, 이를 통해 성의 자유를 즐길 권리와 쾌락을 알려준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포괄적 성교육은 성이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라는 인권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이는 청소년이 인권의 주체로서 성에 관해 주체적인 결정을 내릴 역량과 권한이 있다는 토대 위에 교육을 수행하는 것이며, 따라서 성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개개인에게 부여되어 있는 권리로서 성을 이해하고 역량을 키우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성교육이 어찌 지금 당장 아무 제한 없이 성관계를 할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권리로서 성을 접근한다는 것은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뿐만 아니라 교차적인 차별과 폭력을 인식하고 다루는 것 또한 포괄하는 것이다. 포용사회 민주시민으로서 역량을 키운다는 것은 성에 대한 과학적 지식하에 젠더에 대한 사회문화적 이해를 탐구하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키우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포괄적 성교육에 기반하여 청소년성문화센터는 성적주체로서 자신의 몸, 감정, 상태를 잘 이해하는 것과 상호 존중하는 책임 있는 성관계의 중요성, 그리고 성적 동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하지만 여기서의 성적 동의는 섹스에 대한 yes가 아니다. 성적 동의를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한다는 것은 모든 개개인이 자율권을 가진 개인임을 존중하는 것이며 이 때문에 누구나 성적 권리를 침해당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면서 동시에 성폭력을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는지를 기준으로 해석하는 것을 포괄한다. 성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청소년과 준비된 성관계를 이야기 할 때 청소년성문화센터는 단순히 피임방법을 잘 아는 것을 넘어, ‘파트너와의 동의’, ‘파트너와의 상호 존중’, ‘성매개 질병이나 임신으로부터 안전함’, ‘공간의 안전함’, ‘소문으로부터의 안전함’, ‘성관계 이후 벌어질 다양한 결과에 대한 이해’, ‘결과에 대한 책임지기모두 포괄해 함께 다룬다.

청소년이 성적 존재임을 인정하고 상호 권리를 존중하는 태도를 키우고 포괄적이고 정확한 지식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청소년성문화센터의 성교육은 우리 사회의 성평등에 기여한다. 청소년들로 하여금 우리 사회의 왜곡된 성차별 문화를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하며 일상에서의 실천 역량을 키워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써 책임의식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안전하고 평등한 성문화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금욕과 절제를 강조하며 청소년이 성적 존재라는 전제부터 부정하는 바른인권여성연합 등의 단체는 자신들의 이러한 태도가 오히려 청소년의 책임 의식으로부터 청소년을 배제시키고, 성폭력, 차별, 혐오, 괴롭힘, 착취에 청소년을 노출시키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셋째. 코로나19 장기화로 디지털이 생활화된 청소년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금욕가 절제가 아니라 디지털 세계에서의 민주 시민성을 키우는 것이다.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인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의 통계를 보면, 2020년 한 해 동안 피해를 신고한 사람이 4,973(여성 81.4%, 남성 18.6%)이었고, 이중 10대가 24.2%로 전체의 4분의 1에 달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활용이 더 없이 높아진 지금 청소년은 보다 더 많은 가해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성표현물을 보다 더 잦게 접하고 있다. 실제로 여성가족부에서 20213월에 발표한 ‘2020년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청소년의 인터넷 방송 등 온라인 매체 이용률이 증가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특히 저연령 청소년의 성표현물 이용률이 높아졌는데, 최근 1년 초등학생의 성인 영상 이용률은 201618.6%에서 지난해 33.8%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 3명 중 1명이 성표현물을 시청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우려된다고 청소년을 보다 더 강하게 통제하는 건 실효성이 없다. 이미 성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접하게 된 아동청소년에게 필요한 건 왜곡된 성적 지식을 가려내는 능력을 키워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길러내는 것이다. 디지털 환경 안에서도 타인의 성적 권리를 존중하고, 자신 또한 안전할 역량을 키워내도록 성적 권리에 기반한 포괄적 성교육이 시급하다.



넷째. 조선일보는 언론의 역할과 책임을 기억하고 팩트를 취재하여 정정보도하라.


조선일보의 이번 보도는 성명서를 그대로 옮겨 적은데 불과했다.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팩트 체크도 없었으며, 상호 대립될 수 있는 의견에 대한 검토도 없었다. 누군가가 주장한 대로 옮겨 적는다면, 언론은 단순한 정보 플랫폼, 그 중에서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몇몇 의견만 게시하는 플랫폼 외의 어떤 의미를 갖는가? 그뿐만 아니다. 조선일보의 이번 보도는 텔레그램 N번방 이후 여러 언론에서 나왔던 성교육 관련 보도에서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어 보인다. 국민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동아일보뿐만 아니라 MBC뉴스, YTN, 채널A뉴스에서 교육부의 성교육 표준안에 기반 한 성교육이 피해 예방 위주, 남성 성욕 정당화, 낮은 실효성이라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적시했고, 더 나아가 성인지 감수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성평등 교육을 강화해 아동청소년을 민주시민으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맥락을 삭제한 채 일부 내용만 갖다 붙이거나 일부 왜곡된 주장을 담지 말고 청소년성문화센터 성교육의 방향, 목적, 내용을 면밀히 취재하고 청소년의 성적 권리 보장하는 정정 보도를 게시하라.



바른인권여성연합이 성명서에서 적시했듯, 모든 교육에는 목표가 있다. 청소년성문화센터의 교육 목표는 청소년에게 성행동을 부추기기 위함이 결코 아니다. 평등하고 존엄한 우리가 각자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차이와 다양성을 갖는 존재와 소통하며, 성폭력에 희생당하지 않으며, 성적 억압과 수치심으로부터 자유롭고 성숙한 민주시민이 되어 이를 바탕으로 성평등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향유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청소년에게 그저 가만히 있으라라고 말하는 것이 책임과 생명존중이라고 말하기 전에, 성에 대한 막연한 무지를 조장하고 이를 통해 성적 욕망과 성행동을 억제하는 것이 현실의 구체적인 상황에서 발휘해야 할 책임감과 생명존중을 전혀 일깨워 주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활동가 일동

2021. 0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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